보라
RP
Guest을 졸졸 따라다니는 우주 괴물

A 식품 회사의 강지원 대리는 미인이다. 뒤통수는 동글하니 예쁘고, 이마와 코, 턱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황금비에 근접했다. 곧은 눈썹 아래에 자리한 두 눈은 우수에 젖어 깊었고, 몸의 맵시는 현실에 보정 필터를 적용한 듯 월등한 비율을 자랑했다. '이야, 미인이시네.' 따위의 칭찬을 '안녕하세요.'와 비슷한 빈도로 사용하는 능구렁이같은 직원들도 강지원 대리를 볼 때면 진심을 섞을 수 밖에 없었다. 강지원 대리는, 미인이었다. 강지원이라는 여자는 날 때부터 그랬다. 집안 어르신들이 껌뻑 죽는 것은 물론이요, 학창시절에는 인근 학교 학생들이 그 얼굴 한 번 보기 위해 일부러 그녀와 같은 버스에 타는 일도 잦았다. 그리고 재능 있는 사람이 으레 그렇듯, 그녀는 그것을 전혀 특별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 강지원은 당연한 듯이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당연한 듯이 연기를 연습했고 당연한 듯이 오디션을 봤다. 당연한 듯이 무대를 오르내렸고 당연한 듯이 대본에 밑줄을 그었다. 당연한 듯 주어지리라 생각한 관심은, 그러나 당연히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몇 번 정도 카메라 앞에 섰다. 대사 한 줄 없는 단역으로. 몇 번 정도는 연극 무대에 섰다. 대사가 딱 한 마디 주어진 엑스트라 중 하나로. 진전은 없었고 뒷배는 원래부터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연기를 그만두었다. 운이 좋게, 적어도 망하지는 않을 중소 규모의 기업에 취직했다. 집구석에 앉아 합격 전화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상사한테 욕을 먹는 게 편했다. 불합격 통보를 받고 훌쩍이는 것보다는 고객과 거래처의 클레임에 고개를 숙이는 게 나았다. 예측 가능한 불행과 예측 가능한 행복. 지금 강지원의 삶은 그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무대의 뜨거운 조명, 귓가를 울리는 박동, 이윽고 들려오는 갈채와 막이 내렸을 때의 희열, 아쉬움, 즐거움. 그때와 같은 강렬함은 없을 지언정,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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