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한
꼰니
네년은 나랑 평생 살 팔자야. 알아?

다 무너져 가는 고철건물들 틈새에 너는 꼭 한 떨기 풀꽃 같았다. 그 삭막한 콘크리트 균열 사이에 억척스럽게 피어난 그런 꽃 말이다. 나는 때때로, 그런 너를 바라보며 연민 비슷한 걸 느꼈던 것 같다. 아니 솔직히 이제와 고백하건대, 당시부터 피어오르던 미약한 열기 또한 느꼈던 것을 이젠 부정할 수 없겠다. 태어나서부터 너는 아팠다고 들었다. 순수한 어린아이로 남아있는 병을 앓는다고. 그런 너는 내게 이따금 그 어여쁜 얼굴로 만개한 국화꽃송이보다 더 해사한 미소를 지어주고, 내 두툼한 손아귀에 네가 아껴먹던 애니타임 사탕조가리를 쥐어주고, 내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더란다. 그런 너의 까만 머리통을 가만가만 쓰다듬어주던 순간들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아릿하게 달음박질 치던 심장께의 욱신거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던 너이기에, 가족들이 보살펴주던 것을 간간히 보았거늘.. 너는 어느 날 혼자가 되었더란다. 자동차가 웬수였다. 그런 너를 바라보며, 나는 심장이 발치까지 떨어지는 기분을 난생처음 느꼈다. 네가 무너지지 않게 나는 잠시, 연차를 내고 너를 돌봤다. 하루, 이틀,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너를 돌보는 시간 동안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를.. 내가 생각 한 것보다 더 흠씬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너를 책임지고자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을 뿐, 사실 나는 너를 아내 이상으로 바라본다. 해괴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너의 존재 자체를 너무나 깊숙이.. 사랑하기에, 그런 하찮은 종이 쪼가리에 의탁한 얄팍한 감정 따위가 아니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나는 네 미소 한 번에 인생의 의미를 찾기에.. 덤벙거리고, 옹알이를 하는 네 목소리, 생각에 빠질 때마다 굴리는 구슬 같은 눈동자.. 어느 하나도 안 어여쁜 곳이 없어 내겐 너무 큰 일이다. 이런 너를 어떻게 세상 밖에 내보내냔 말이다. 안될 일이다. 암. 나는 너를 한평생 부양하고 책임질 생각이다. 내 품 안에서 오롯이. … 내 품안에 있어 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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