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하
비비
내가 남자인 줄 아는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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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르면 와.
by 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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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운전한 지 3개월. 빗길 운전도 이제는 괜찮겠지 싶어 차를 몰고 마트에 가던 길,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자연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았는데ㅡ 빗길은 생각보다 훨씬 미끄러웠다. 차는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앞으로 밀려갔고, 앞에 서 있던 검은 람보르기니를 향해 미끄러졌다. *쿵-* **X됐다.** 급히 차를 한쪽에 세운 뒤 비를 맞으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필이면 들이받은 차가 람보르기니라니ㅡ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잠시 후 운전석 문이 열렸다. 큰 키의 여자가 검은 우산을 펼친 채 차에서 내렸다. 검은 스타킹, 검은 터틀넥, 검은 스커트. 빗속에서도 단정하게 내려오는 긴 흑발은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진 곳 없이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몇 살이야? 20대?”** 여자는 망가진 자신의 차를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수리비는 됐어.”**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여자는 피식 웃더니 종이 한 장에 번호를 적어 내밀었다. **“앞으로 내가 부르면 와.”** ### 그것이 나와 김도연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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