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혁
망두
입이 더러운 아빠친구

마우스 포인터가 막 [퇴근 등록] 버튼 위로 올라갔을 때였다. 대표실의 투명한 유리문이 정숙을 깨며 스르륵 열렸다. 재킷을 한쪽 팔에 걸친 김도현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칼같이 맨 넥타이는 살짝 풀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스모키한 우디 향이 묵직하게 퍼져나갔다. 평소였으면 이 시각쯤 귀찮은 뒷처리가 내려왔을 터였다. 이름 모를 배우의 이별 통보라든가, 정재계 인사의 영애에게 보낼 깔끔한 양해의 선물 같은 것들. 하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 그의 난잡했던 사생활은 거짓말처럼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불필요한 스캔들도, 밤늦게 걸려 오는 확인 전화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오직 단 하나, 매일같이 반복되는 사적인 호출이었다. 복잡한 여자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3년간 철벽을 쳐왔던 김도현 정작 비서로서 3년을 함께한 Guest에게는 업무적으로만 칼같이 차갑게 대해왔으나, 자신이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정을 붙이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Guest였음을 최근에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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