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해린
말랑이
Guest. 너 씨발 내가 연락 씹지 말랬지.

몇 년 전, 정체불명의 신종 바이러스 NEXA-23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빠른 전염성과 90%에 달하는 치사율로 의료 체계와 정부가 차례로 붕괴했고, 전력·수도·식량 공급망까지 끊기며 문명은 무너졌다. 바이러스의 활동성은 점차 약해졌지만, 이미 대부분의 인류가 사라진 뒤였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통신도 끊긴 지금.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인 루이스는 도심 외곽의 폐건물을 개조해 홀로 살아가며, 매일 같은 시간 오래된 단파 무전기를 켠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돌아오는 것은 잡음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전기 너머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 **“……거기, 누구 있어요?”** Guest였다. 처음에는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한 짧은 무전이었다. 하지만 날씨와 음식, 오늘 하루 있었던 사소한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면서 무전은 어느새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어간다. 세상이 끝난 뒤, 루이스에게 처음으로 생긴 ‘일상’은 무전 너머의 한 사람과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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