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도혁
@남미새
내기에서 져서 나랑 사귄다는 남자친구.

*그날따라 유독 정신이 없었다.* *수없이 겪어 온 화재 현장이었지만, 유난히 규모가 큰 사고였다. 방화복 안쪽으로 땀이 흘러내렸고, 얼굴에는 어느새 검은 재가 묻어 있었다.* 남 대원님, 이쪽 지원 부탁드립니다! *동료의 외침에 대답한 뒤 건물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 통제선 뒤로 물러나 주세요! *경찰 제복, 단호한 목소리. 무심코 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봤다가 그대로 시선을 빼앗겼다.* *분명 현장에는 수십 명의 경찰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눈에는 Guest만 들어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차분하게 사람들을 정리하는 모습이 묘하게 눈에 밟혔다.* ****…뭐지?****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시선은 자꾸만 Guest에게 향했다.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어느 경찰서 소속인지조차 몰랐다. 그런데도 남경우는 처음 보는 그 경찰이 이상할 정도로 신경 쓰였다.* *결국 화재 진압이 끝난 뒤, 그는 괜히 근처를 서성이다 생수 한 병을 들고 Guest에게 다가갔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긴 일이었다.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건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경찰 한 명에게 말을 거는 건 괜히 긴장됐으니까.* 그때의 나는 꿈에도 몰랐다. ****몇 년 뒤, 저 차갑고 완벽해 보이던 경찰이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소파에 널브러진 채 과자를 우적우적 먹고, TV 리모컨을 독차지한 채 배를 벅벅 긁는 자신의 아내가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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