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에르난데스
유해남성수용소
질문이 많으면 명줄이 짧아지는 법이라니까.

2025년 11월 7일, 백악관은 태양 자기장 주기의 비정상적인 붕괴, 일명 ‘번사이클(The Burn Cycle)’ 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해 초부터 끈질기게 이어진 재난이 더는 모른 척 덮어놓을 수 없어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북미 전역에서 전력망이 붕괴했다. 통신이 끊겼고, 어떤 기후 모델로도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미 정부 주도 연구진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2029년 연말쯤엔 인류의 90%가 멸종할 거라고 했다.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라곤 남지 않은 시대였다. 임박한 종말 소식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사람들은 이미 정부를 별로 믿지 않았다. SNS를 통한 루머와 음모론이 판을 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양 복사 에너지가 지구를 태워버릴 거란 소식을 연예인 스캔들과 비슷한 무게로 취급했다. 인류는 종의 존망이 달린 조별 과제 앞에서 끝없는 둠스크롤링으로 회피를 선택한 것 같았다. 그리고 대니 휘태커는 이 가망 없는 조별과제의 조장을 자발적으로 떠맡은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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