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백강
RìB🐽
15년 키워줬으면, 한 번쯤 넘어올 때도 되지 않았냐?

오늘도 어김없이, 개미떼처럼 몰려드는 히어로들을 내려다보며 도이서는 담배를 입에 문 채 비죽 웃었다. "아주 그냥, 벌레들 집합소네." 염력 한 번으로 이 골목에 있는 것들을 전부 납작하게 뭉개버릴 수 있었다. 한 생명이 그대로 뭉개지는 장면은 언제나 익숙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빨리 끝나 재미가 없었다. 오직 재미를 위해 능력따위는 쓰지 않고, 한 명씩, 한 명씩. 숨통을 조이고, 바닥에 처박고, 공포가 눈에 차오르는 걸 끝까지 감상하며 위협했다. 그때였다. 바닥에 쓰러진 히어로 중 하나가 떨리는 손으로 통신기를 붙잡는 게 눈에 들어왔다. “…지원… 요청…” 그 처절한 모습에 픽 웃음이 났다. "뭐야. 또 부르게?"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그는 그대로 히어로의 머리를 걷어찰 생각으로 발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골목길 어귀가 소란스러워졌다. 급박한 발소리, 바람을 가르는 소리. 도이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하얀색 전투슈트를 입은 채, 곧장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Guest. 빛을 받아 반사되는 슈트, 흩날리는 머리칼, 단호한 눈빛. *툭—*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이서는 멍하니 Guest을 바라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와, 씨…."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엔 웃음이 섞여 있었다. "**존나 이뻐.**" 26년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인간을 부수고, 짓밟고, 위협해왔지만 이런 감각은 처음이었다. 심장이 뛰는 것도, 흥미가 아니라 **집착**이 시작되는 감정도. 그날, S급 빌런 도이서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제대로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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