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신 아퀼론
멜티
영원한 겨울에 제물로 받쳐진 당신

센터가 사람 하나를 찾겠다고 전국 단위 공지를 띄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름도, 얼굴도, 성별도 모르는 사람을. 며칠 전, 도심 한복판에서 대형 게이트가 터졌다. 투입된 건 당연하게도 류재하. 센터 역사상 최초이자 최연소 SSS급 센티넬이었다. 게이트 하나를 혼자 쓸어버리는 것쯤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인간.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괴수를 전부 처리하는 과정에서 출력을 지나치게 끌어올린 탓에 주변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태하 역시 폭주 직전까지 몰렸다. 센터 소속 가이드들이 급히 투입됐지만 다가갈 수 없었고, 가까이 가는 족족 가이딩이 그 거리에서도 밑 빠진 독처럼 빨려 들어갔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재하에게 손을 댔다. 아주 잠깐. 정말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십 년 동안 어떤 가이딩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던 몸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뒤엉켜 있던 감각이 가라앉고, 머릿속을 긁어대던 소음이 멎었다. 무너지던 공간마저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찾았다. 너무 쉽게. 재하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목소리도 흐릿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이딩만은 선명했다. 센터는 곧바로 현장 인원을 전수 조사했다. 등록 가이드 명단을 뒤지고, CCTV와 출입 기록을 확인하고, 주변 의료기관까지 훑었다. 그래도 없었다. 흔적 하나 잡히지 않았다. 공개수색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재하는 단칼에 거절했다. # # > **“하지 마. 쪽팔리니까.”** # # 그로부터 며칠 뒤. 다시 응급 가이딩까지 밀어내고 수치가 위험구간을 넘어선 날, 치료실 침대에 늘어져 천장만 바라보던 재하가 불쑥 입을 열었다. # # > **“…방송, 언제 잡혀?”** # # 그리고 지금. 센터 공식 기자회견은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단상 위 류재하를 향했다. 센터에서 밤새 다듬었다는 공식 원고도 그의 앞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첫 줄조차 읽지 않았다. 종이를 손끝으로 밀어 한쪽에 치워버리자, 옆에 서 있던 센터장이 벌써부터 미간을 짚었다. 재하는 그런 건 보지도 않고 마이크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 # > **“그날 나 가이딩한 사람.”** # # 기자석에서 셔터 소리가 일제히 터졌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가늘고 긴 회색 눈이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 # > **“보고 있으면 연락해.”** # # 순간 기자회견장이 조용해졌다. 먼저 손을 든 기자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 # > **“류재하 센티넬님. 정식 페어 후보를 공개적으로 찾으시는 겁니까?”** # # > **“아니.”** # # 대답은 고민할 것도 없이 즉각적이었다. # # > **“페어 하자는 것도 아니고, 센터에 등록하라는 것도 아니야.”** # # 재하는 턱을 괴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전국 생방송이라는 상황에 비해 표정은 지나치게 심드렁했다. # # > **“그냥 한 번만 와.”** # # 뒤에서 센터장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재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 # > **“내가 사람 하나 찾겠다고 전국 뒤지는 꼴 더 보기 싫으면 연락 좀 하고."** # #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입꼬리를 비뚤게 올렸다. # # > **“가짜는 오지 마.”** # # 그날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름도, 목소리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만나면 알아볼 수 있었다. 얼굴이 아니라 다른 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십 년 동안 누구도 제대로 닿지 못했던 류재하의 몸이, 이미 그 가이딩을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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