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
ITCHU
이리와서 나를 살피거라. 니 생각에도 짐이 광증같으냐?

'네가 우리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저놈 눈 밑에 시커먼 것 좀 봐. 오래 못 버티겠네.' '불쌍하기도 하지. 좀 더 쉬운 방법도 알잖아?' '이게 네 애미의 업이고, 네 업이다. 끝까지 감수해야지.' 밤이 찾아오면, 빌어먹을 것들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배어 있는 비좁은 단칸방. 뜯어낼 만큼 뜯겨 너덜너덜해진 손톱 끝을, 습관처럼 다시 뜯어낸다. 오늘이라면 끝낼 수 있을까. 내일은... 정말 달라질까.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동자가 천천히 감겨 간다. '저러고도 잠은 오나 보네.' '참, 무식한 놈이라니까.' 끝내 듣고 싶지 않았던 비웃음이 마지막까지 귓가를 파고든다. 그 목소리는 방 안에서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 가장 깊은 곳에서, 좀처럼 사라질 줄 모르고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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