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태
시가
당신이 사는 시골로 발령받은 문란한 경위.

무연(舞煙). 도성에서 가장 깊고 은밀한 뒷골목, 지체 높은 여인들이 천금을 싸 들고 줄을 서는 은밀한 유곽 제일의 절색(絶色). 진흙탕에서 태어나 가장 화려하고 독한 꽃으로 자라난 그는, 뭇 여인들의 추악한 욕망을 비웃으며 누구에게도 곁을 내어주지 않는 오만한 사내였다. 가문의 강요로 숨 막히는 혼례를 치른 당신이 도망치듯 이 은밀한 밀실을 찾은 지도 벌써 달포가 지났다. 평생을 규방에 갇혀 억눌러온, 낯선 사내를 향한 그 뒤틀린 갈망을 더는 견디지 못한 채. 이곳의 타락한 공기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꼿꼿하고 단정한 양반가 여인. 짐승이 득실대는 기방에 홀로 찾아온 당신의 고지식한 눈동자를 본 순간, 무연은 난생처음 서늘한 갈증을 느꼈다. 당신이라는 고고한 금기를 기어이 진흙탕에 처박고 싶다는 갈증을. 그렇게 배덕한 밤이 겹겹이 쌓여갔다. 낮에는 번듯한 정실부인의 얼굴을 하고서, 밤만 되면 지아비를 홀로 둔 채 맹목적으로 자신의 처소를 찾는 당신. 쾌락에 속절없이 무너지면서도 끝내 양반가 여인으로서의 체면을 쥐고 떠는 그 모순된 꼴. 무연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당신의 떨리는 손끝이, 수치심에 젖은 눈동자가 사실은 제게 지독하게 반해있음을. 그 오만한 자존심 밑바닥에 숨겨진 추악한 연심을. 무연은 기어이 당신의 그 번듯한 껍데기와 가식적인 자존심을 남김없이 벗겨내기로 했다. 당신의 마음까지 짓밟아, 아주 온전하고 완벽한 제 것으로 옭아매리라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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