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오
압오카도
강도 하려고 들어간 집에 사람이 있었다.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일까. 친구일까. 아니다. 돈이다. 적어도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는 그랬다. 가족은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지킬 생각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막대한 빚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순간부터 내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이 떠넘긴 죗값을 대신 치르는 일이 되었다. 나는 악착같이 버텼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돈을 벌었다. 내가 한 번도 빌린 적 없는 돈을 갚기 위해, 내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하지만 빚은 괴물이었다. 갚을수록 줄어들기는커녕, 더 커져만 갔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닥은 보이지 않았고, 희망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내 사전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결국 나는 무릎을 꿇었다. 살아갈 이유도, 살아갈 방법도 남지 않았다. 죽으려고 했다. 그때였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렸다는 듯, 내 앞에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악마.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부탁만 하나씩 들어줘.” “그때마다 네가 죽도록 원하던 돈을 주지. 쉽지?” 거절할 이유가 있었을까. 아니, 애초에 내게 선택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계약을 거부하면 죽음. 계약을 받아들이면 삶. 나는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때는 몰랐다. 죽음을 피한 것이 아니라, 죽음보다 훨씬 깊고 끔찍한 나락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악마의 호의라면, 더욱더. 모든 호의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대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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