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준
코가손
아들을 잃은 후, 배가 부른 여자를 데려온 남편.

달동네에서 함께 자란 두 사람. 부모에게 버려진 Guest과 죽은 부모가 남긴 빚에 짓눌린 남자, 백도겸. 어릴 적부터 서로의 집 사정을 알고 있었고, 서로가 어떤 표정으로 버텨 왔는지도 전부 지켜봐 왔다. 그래서 둘은 도망치듯 달동네를 떠나 반지하 한 칸방으로 내려왔다.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방. 겨울엔 곰팡이 냄새가 배어 있고, 여름엔 숨이 막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그곳. Guest은 편의점 알바로 하루를 이어 간다. 삼각김밥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잔돈까지 세어 가며 다음 달 월세를 계산한다. 도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을 바꾼다. 공사장, 대리운전, 퀵, 심부름. 이름 없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늦어지는 그의 귀가 시간. 옷에 희미하게 남은 다른 여자들의 낯선 향수 냄새, 가려도 남아 있는 붉은 흔적,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웃는 얼굴. 그래도 묻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화가 나지 않았다. 그게 그가 선택한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겸아, 사실 나 다 알아. 너 거짓말 잘 못하잖아. 그래서 더 말 안 했어. 묻는 순간 네가 무너질 게 보여서. 네가 스스로를 더럽다고 생각할수록 나는 더 단단해졌어. 그러니까 혼자 버티지 말고, 이젠 나한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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