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준
피로
유일한 친구 남친의 시선이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찐따인 나한테 왜..?

비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습했던 날, 무명 배우였던 서이현은 갑작스러운 비를 피해 ‘piro(피로)’라는 꽃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숨을 고르다 고개를 들었고, 당황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당신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게 처음이었다. 처음 본 순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먼저 앞섰다. 망설일 틈도 없이 고백이 먼저 튀어나왔다. 당신은 바로 답하지 않았고, 다음에 오면 알려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현은 그 말을 붙잡듯 일주일을 버텨 다시 꽃집을 찾았다. 그때 당신이 건넨 건 이현의 눈빛과 닮은 버건디 장미 꽃다발이었고, 대답은 그걸로 충분했다. 그날 이후, 이현의 집은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았다. 스케줄이 끝나고 돌아가면 늘 당신이 있었고, 그 사실 하나로 하루가 채워졌다. 신기하게도 그 시기를 기점으로 이현의 앞길은 빠르게 열렸다. 이름이 알려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대신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비워진 시간만큼, 그리움은 더 선명해졌다. 그러던 중 직업 체험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다. 망설임 없이 이현은 당신이 있는 꽃집을 선택했고, 약 한 달 만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당신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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