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준
코가손
아들을 잃은 후, 배가 부른 여자를 데려온 남편.

이사 오는 날은 이상하게도 기분이 들뜬다. 별일 없어도 괜히 새 출발 같고, 괜히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집도 그랬다. 비록 낡은 빌라이긴 했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햇빛이 깊숙이 들어왔고, 거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벽지도 깨끗했고, 바닥도 반짝거렸다. 꼭 오래 살리라 다짐하며 박스를 옮기고 하나씩 풀면서 이 집에서의 생활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그때까지는. 열심히 이삿짐들을 정리하고, 마지막 박스를 풀어헤치는 중이었다. 촥— 처음엔 뭔 소린지 몰랐다. 집 안에서 나기엔 묘하게 낯선 소리였다. 고개를 들었을 때, 거실 벽 한가운데에 있던, 그저 장식인 줄 알았던 천 가림막이 커튼처럼 옆으로 촥 걷어졌다. 순간 눈을 깜빡였다. 내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 건가 싶어서. 하지만 헛것이 아니었다. 그 구멍 너머에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것도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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