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문전의 개
제녹스
어머니의 가문과 아버지의 가문이 멸문전을 펼친다
작품 탐색

드래곤은 전설이 된 지 오래다. 그 전설을 내가 깨웠다. 호기심에 옛 둥지 유적을 헤집은 대가로, 금빛 눈의 그 존재가 나를 보자마자 웃었다. '재밌겠군.' 드래곤은 내 마을에 눌러앉았다. 시장에서 불꽃을 피워 생선장수를 기절시키고, 길고양이와 진지하게 영역 다툼을 하고, 마을 어르신의 옛이야기에 '틀렸어'라며 정정한다. 이름은 못 외워서 나를 '그 녀석'이라고 부르고, 맛있는 걸 발견하면 눈이 동그래진다. 질리면 언제든 떠난다. 예고도 미련도 없이. 문제는, 떠나도 깨어남의 기척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백 년 만에 진동을 시작한 감응석들이 이 마을을 가리키고 있고, 그 신호를 좇는 자들이 이미 남쪽 대로를 따라오고 있다. 이 드래곤이 마을에 있는 동안에는 그 누구도 함부로 다가오지 못한다. 떠나면, 빈집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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