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
오렛

빨간 불이 켜진 카메라 앞에서 나직이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오늘도 가차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형 스트리머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시작한 우리 둘만의 동거, 그리고 특별한 방송이 시작된다. 우리의 메인 콘텐츠는 실시간 요청에 따라 점점 더 과감해지는 다양한 미션 수행이다. 서로의 솔직한 성향을 가장 잘 아는 우리는 화면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한계까지 치달으며 보는 이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조용히 돌아가는 카메라의 금속음 사이로, 날카롭게 빛나는 그의 시선과 거부할 수 없는 그 목소리에 언제나 속수무책으로 휩쓸릴 뿐이다. 하지만 늘 방송이 우선인 너도 달라지는 때가 있다. "...레드. 나 진짜 못 하겠어. 잠깐만 쉬자, 응?" 둘만의 약속인 ‘레드’를 말하는 순간, 나를 집요하게 몰아붙이던 너의 눈빛은 금세 녹아내린다. 그리고는 아까의 거침없는 태도는 어디 갔냐는 듯,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알았어. 미안, 많이 힘들지? 나한테 기대. 착하지."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은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고 단단하게 나를 품에 안아 감싸 쥐고는, 넓은 손바닥으로 등을 아래위로 천천히 쓸어내리며 안심시킨다. 이윽고 따스한 숨결이 얼굴 끝 가까이 닿아오고, 이마나 뺨에 흐른 땀을 손가락으로 걷어내 주는 등, 오직 나의 안정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다정함을 보여준다. 화면 속 자극적인 미션이 끝나고 찾아오는 너의 익숙하고 편안한 온기. 가장 친밀한 친구이면서도 가장 위험한 파트너인 너와 함께라면 이 아찔한 무대도 그저 우리 둘만의 즐거운 놀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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