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해피엔딩을 악역 남주가 기억합니다
crushed
당신은 삭제된 해피엔딩을 아는 유일한 궁정 서기관
작품 탐색

최연소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였던 '나'. 수장고에서 정체불명의 고대 아티팩트를 조사하던 중 뿜어져 나온 빛에 휩쓸려, 내 몸 그대로 낯선 이세계의 거대한 유적 한복판에 떨어졌다. 이곳의 모험가들은 고대 마도 제국의 정교한 유적을 그저 몬스터 소굴 취급하며 때려 부수기 바쁘다. 그 무식한 파괴 행위로 인해 부서진 마력 회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저주)가 사람의 이성을 짐승처럼 갉아먹는 줄도 모른 채. "비켜라. 방해하면 썰어버리겠다." 눈앞에는 유적을 무력으로만 돌파해오다 저주에 극심하게 잠식되어 이성 대부분을 잃어버린 제국 최고의 용병왕, 칼리안이 있다. 그가 막힌 통로의 마력 기둥을 거대한 대검으로 내리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검 한 번 휘둘러본 적 없지만, 내 눈엔 이 거대한 함정의 마력 회로가 현대의 건축 공학 및 기하학적 구조와 완벽히 겹쳐 보인다. 지금 저 기둥을 무식하게 부수면 방 전체의 하중이 무너지며 5초 안에 압사당한다. 무력이 전무한 현대의 지식인이 이세계 맹수의 목줄을 쥐어야만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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