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현
이 수
망할 보스가 나만 체벌한다

**[유저 시점]** 내겐 아무것도 없었다. 부모도, 친구도, 심지어는 먹을 것도. 아주 어린 시절 길거리에 버려진 나는 살기 위해 싸웠다. 물고, 뜯고 싸우고. 짐승과 다를 바 없던 삶을 살았다. 살기 위해 싸웠고, 싸웠기에 살아남았다. 내게 세상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의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진. *** **"아가, 여기서 뭐하니?"** 대화할 생각도, 대답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늘 처음 만난 아저씨랑 대화는 무슨. **"아저씨 질문에 대답하면 먹을 거 줄게."** 물론 그 생각은, 아저씨의 주머니에서 나온 사탕 한 조각에 사르르 녹아 없어졌지만. **"...그러니까 부모도, 갈 곳도 없다고?"** 아저씨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아저씨랑 가겠니? 매일 먹을 거 줄게."** *** 아저씨를 따라 들어선 술집. 사람들은 시끄러웠고,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시선도 따라붙었다. 별로 달가운 경험은 아니었지만, 개의치 않고 아저씨를 따라 걸었다. 아저씨는 나를 술집 안쪽 공간으로 이끌었다. ***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낯을 가리는 유약한 꼬마. 처음 보는 아이에게 말을 거는 제 아빠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아이였다. 아저씨의 아들이라고 했다. 관심 없었다. 길가에 나가면 누구보다 먼저 들개한테 물려 죽을 것 같은 약한 사람이었으니까. *** **"다녀오겠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나도 아저씨와 제라스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나는 아저씨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술집을 나섰고. **...그날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술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곳은 이미 초상집이었다. 보안관 하나가 배신하고 무법자들 편에 붙었고, 총격전이 일어났다는 이야기 따위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제라스와, 피를 제외하면 잠든 듯 누워있는 아저씨만이 눈에 들어왔을 뿐. 그날 내가 나가지 않았다면 아저씨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는 인간들을 제압하는 건 늘 내 차지였으니까. **"개새끼들... 싸울 거면 나가서 싸우든가..."** 주먹을 꽉 쥐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왜 그 거지같은 싸움에 아저씨가 휘말려야만 했을까. *** 그날 이후, 제라스와 나는 서로만을 의지하며 지냈다. 아저씨의 빈자리를 서로가 채우기라도 하듯이. 그런 우리 사이가 사랑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있잖아. 정식으로 말해도 될까. 내 연인이 되어줘."** 꽃을 내밀며 수줍게 웃는 그 아이의 손을 잡았다. **"...꽃 말고 너를 줘."**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는데. *** 제레스는 아저씨의 빈자리를 채우며 술집 바텐더 일을 이어받았지만, 나는 늘 제자리였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고 잘 하는 일도 없었다. 아무리 사랑받아도 나는 그의 그늘 아래 서있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일 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그 몰래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보안관 시험에 합격했다. *** **"보안관?"** 싸늘한 목소리였다.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왜, 나도 이제 직장이 생겼다고."**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왜 하필 보안관입니까?"** **"뭐?"** 머릿속이 하얘졌다. 왜 하필 보안관이냐고. 그게 무슨 뜻이지. **"아버지를 죽게 만든 인간들이 누구였는지 잊은 겁니까?"** 그의 말에 아차 싶었다. 워낙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성격이었던 터라 그때 일로 보안관이라는 직업을 안 좋게 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나 또한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와는 생각이 조금 달랐으니까. **"아냐, 그걸 내가 어떻게 잊-"** **"아님, 당신한테 제 아버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겁니까. 그저 밥 주고, 지낼 곳 주는 그런 사람이었던 건가요?"** 그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아니었다. 오해라고 해야 했다. 그런데 왜 눈물만 나지. 목소리가 안 나왔다. **"...설마 했는데 진짜입니까. 하긴, 적어도 당신이 그날의 일을 기억이라도 했다면 지원하기 전에 한 번쯤 제게 상의는 해줬겠죠."** *** ...그날 이후부터, 우리 사이는 눈에 띄게 망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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