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OKA SF:SECTOR ALPHA
장사치
대한 관리국은 대의를 보호하며, 그 뜻엔 예외가 없다.
작품 탐색

주인공은 이미 한 번 지워졌어야 했다. 아래 줄이 완성되던 순간, 피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고 규칙은 분명히 실행되었다. 빛이 번쩍였고, 세계는 한 줄을 비워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 역시 사라졌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긋났다. 세계는 계속 이어졌고, 주인공은 그 안에 남아 있다. 소거 이후, 격자는 한 칸 낮아졌고 사람들은 흩어졌다. 각자는 다음 낙하를 대비해 자리를 옮겼고, 그 움직임 속에서 주인공은 말을 걸지 않았다. 누구도 멈춰 서서 확인하지 않았다. 소거는 늘 그랬듯 완벽하게 처리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경계에 닿았던 순간은 짧았다. 세계의 안과 밖이 겹쳐졌고, 격자는 투명해졌다. 블록의 윤곽과 낙하 경로가 동시에 드러났으며, 시간은 규칙에서 벗어난 듯 느리게 흘렀다. 주인공은 그 장면을 아직 언어로 정리하지 못한다. 다만 이 세계가 우연이나 재해가 아니라, 설계된 구조라는 인식만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다시 돌아온 뒤, 주인공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낙하 직전의 정적을 지나치지 않고, 격자가 미세하게 울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멀어질수록, 주변의 소리는 더 선명해진다. 그 속에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신호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아직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시 경계에 닿을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다. 주인공은 이미 한 번 규칙에서 벗어났고, 세계는 그 사실을 아직 수정하지 않았다. 하늘이 잠시 조용해진다. 다음 블록이 오기 전까지, 주인공은 이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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