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존재하지 않는 공주
대체역사물덕후
21세기 대한의 물리학자가 19세기 조선에 떨어지다
작품 탐색

고막을 찢는 폭음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이 수천 개의 바늘로 찔리는 듯한 이명만이 가득했다. '...죽었나?' ADD(국방과학연구소) 실험실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붉은 섬광이었다. 신형 고체 추진제 배합 중 발생한 예기치 못한 폭발. 그 정도 화력이라면 시신조차 찾기 힘들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온몸에 감각이 살아있었다. 눅눅한 땀, 코를 찌르는 매캐한 한약 냄새, 그리고 누군가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까지. 나는 억지로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공주 마마!정신이 드시옵니까? 저하!" 눈앞이 일렁였다. 형광등의 백색광 대신 은은한 촛불이 보였다.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 사극에서나 보던 복장을 한 여인들이 나를 향해 오열하고 있었다. '공주? 마마? ...누구를 말하는 거지?' 대답을 하려 했지만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뜨거웠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 몸을 살피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사고는 얼어붙었다. 이불 밖으로 드러난 것은 굳은살 박인 서른다섯 연구원의 손이 아니었다. 주사바늘 자국 하나 없이 희고 매끄러운,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의 작은 손이었다. '이게 뭐야. 환각인가? 아니면 사후세계?' 당황해서 몸을 일으키려 하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낯선 기억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왔다. 순조 대왕의 막내딸, 덕온. 열두 살의 나이에 찾아온 지독한 열병. 어머니 순원왕후의 슬픈 눈망울. "으윽!"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강진우의 지식과 덕온의 기억이 반죽처럼 뒤섞였다. 혼란스러웠다. 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강진우인가, 아니면 조선의 덕온공주인가? 1인칭 사분면이 통째로 뒤흔들리는 감각에 속이 메스꺼웠다. '진정해, 강진우. 상황을 파악해.' 직업병 같은 냉철함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낯선 시대에서 내가 '강진우'임을 드러내는 순간, 나는 공주가 아니라 미친년이 될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철저히 숨겨야 한다. 나는 떨리는 손을 추슬러 옆에 놓인 붉은 당의 자락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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