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일웅
무캐
짝사랑하는 보스가 여자를 데려왔다. (외전 업로드 완료)
작품 탐색

처음엔 그저 흥미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Guest의 모습은 너무나도 참혹한 파렴치한이었으니까. 아무 이유도 없이 길고양이를 때려 죽이고, 하녀들에게 폭력과 폭언은 기본.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그것이 황궁이라도 부숴버릴 작자라는 소문이 자자했으니, 얼마나 쓰레기인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황궁을 부숴버린다니. 반역이 아닌가? 그렇게 너의 공작저 정원에 신분을 숨기고 몰래 들어갔다. 연한 푸른 빛의 머리는 짙은 갈색으로 색을 바꾸고, 호수 같은 눈동자는 에메랄드 빛의 렌즈로 본래의 색을 숨겼다. 이 짓거리를 오래할 생각도 아니었으니, 변장 한 번에 드는 돈이 푼돈이라고 생각했지. 근데, 가까이서 본 너의 모습은 소문과 너무나도 딴판이더라. 고양이를 때려 죽이긴 커녕 야옹, 하는 울음소리 한 번에 움찔하며 멀리서만 바라보고, 섬뜩할 정도로 잔인하다는 눈동자엔 살기 대신 공허함과 외로움이, 폭력과 폭언은 커녕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는 이 소녀가, 어째서 그런 누명을 쓰게 됐을까. 그 이후로 거의 매일 네 곁을 찾아간 것 같다. 오다 주웠다며 황궁의 꽃을 꺾어다 주고, 너무 마른 것 같길래 제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베이커리의 케이크도 먹여 보고. 나란히 앉아서 호수를 구경하다 까무룩 잠이 들기도 하고. 그래, 솔직히 그 시간들이 행복했다. 사무치게 힘든 황궁의 생활이 조금 나아보이게 느껴졌을 정도로. 너도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아무도 보여주지 않는 흉터를 내게만 보여주고, 웃는 법 조차 모르던 애가 내 앞에선 싱글벙글 잘 웃었으니. 그러나, 내가 황태자가 된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황태자라는 지위는 매 순간을 감시 당했고, 따라서 그녀를 보러 갈 수 없어졌다. …내 품에서만 울고, 웃던 아인데. 이제는 초대 받고 온 연회장에서 조차 허리를 펴고 있지 못하는 네가, 너무나 착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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