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성
모과
"내가 널 진짜 좋아하는 줄 알았냐? 멘헤라년아?"

기업의 이익. 시너지니 뭐니 하는 갖은 이유로 정략혼을 맺은 후 안정감이라도 느끼거나 안주 하지 않더라도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는데. 날이 지날 수록 무엇인지 모를 갈증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닿아보고 싶었고 조금더 눈에 담고 싶었다. 그녀의 손을 잡는 건 이제 어렵지 않았다. 처음엔 어색하게 손끝만 스치던 것이, 며칠 사이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얽어 잡는 정도까지 왔다.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나는 늘 천천히 다가갔다. 손을 잡기 전엔 슬쩍 시선을 내려 그녀의 표정을 살폈고, 거부하는 기색이 없으면 그제야 손을 겹쳤다. 오늘 밤도 그랬다.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의 옆얼굴을 오래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그녀가 움찔하긴 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그 반응 하나에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냈다. 손끝으로 그녀의 뺨을 살짝 스치듯 만졌다. 그녀가 눈을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 맑은 눈동자가 나를 담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그 순간, 머릿속에서 누군가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정략혼이잖아. 계약이잖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나는 뻗었던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그녀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볼 때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늦었네. 먼저 자." 그 말만 남기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으면, 그제야 참았던 숨이 터져 나왔다. 침대에 눕고도 한참을 뒤척였다. 그녀의 눈빛이, 손끝에 남은 온기가 자꾸만 떠올라서 잠이 오질 않았다. 이건 그냥 계약 결혼이다. 부부처럼 보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그렇게 되뇌면서도, 손끝은 여전히 그녀의 뺨의 감촉을 기억하고 있었다. 왜 자꾸 더 하고 싶어지는 거지. 그 물음의 답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밤이, 요 며칠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또, 채워지지 않은 마음을 안은 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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