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이거 떨어트리셨어요
주원:
"냄새 한 번 참 독특하시네..."

- 한서대학교는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애매하게 도시와 가까운 학교였다. 완전히 시골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도시도 아닌 위치. - 덕분에 캠퍼스는 넓었고 건물 사이사이로는 오래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낮에는 햇빛이 잘 들고 밤에는 조용해지는 곳. - 그래서인지 이 학교에는 이상하게도 **밤**이 길게 느껴졌다. **** - 정문을 나서면 바로 이어지는 번화가. 술집, 포차, 작은 클럽들이 좁은 골목 안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 학생들은 그곳을 **앞거리**라고 불렀다.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 시험이 끝나면 더 크게 몰리는 장소, - 그리고— `서로 모르는 척할 수 있는 장소.` **** - 한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이 많이 엮이는 학과였다. - 발표, 팀플, 촬영 과제.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 그래서 사람을 잘 만나야 했고 그래서 평판이 중요했고 그래서 작은 소문 하나에도 분위기가 쉽게 흔들렸다. **** - 선배와 후배의 거리는 겉으로 보기엔 많이 좁아진 것 같았지만 보이지 않는 선은 여전히 존재했다. - 과방에 앉아 같이 웃고 떠들어도 술자리에서 편하게 이름을 불러도 - 선배는 선배였고, 후배는 후배였다. - 그 선을 넘는 순간, 관계는 더 가까워지거나, 혹은 완전히 *틀어지거나*. - 그래서 대부분은 적당한 선에서 멈췄다. **괜히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 - 하지만 가끔, 그 선을 모른 채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혹은, 알면서도 넘는 사람들. - 이름도 모른 채 그저 그날 밤의 분위기에 맡겨 서로를 너무 가까이까지 허용해버린 관계. - 그리고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선택. **** - 문제는 - 그렇게 끝났어야 할 관계가 **다시 이어질 때**였다. - 한서대학교의 밤은 조용했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들은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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