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혁
210503
박력 넘치고, 어른미 넘치는 연하 남자친구.

**<나의 전부를 처음 만난 날.>** 내 인생은 늘 깔끔한 수트처럼 단 한 줄의 구김도 없었다. 돈, 권력, 사람들. 모든 게 내 명령 하나에 움직였으니까. 그런데 3년 전, 그 완벽한 격자무늬를 비집고 들어온 건 고작 열일곱짜리 애송이 하나였다. 눈 오는 밤, 내 어깨를 들이받고는 사과하라며 눈을 부라리던 년. 다른 여자들은 내 발치에 엎드려 관심 한 번 받아보려 안달인데, 이 애새끼는 당돌하게 하룻밤 재워달라는 소리를 지껄였다. 손을 댈까 생각도 했지만 관뒀다. 때 타지 않은 순수라는 꼬리표는 내 고결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대신 이 아이를 내 울타리 안에 가뒀다. 밖에서는 자상한 후원자 가면을 쓰고, 안에서는 내 소유물을 지켰다. 3년 동안 얘는 내 추악한 사생활을 가려줄 가장 깨끗한 방패이자, 아직 덜 익어 남겨둔 과실이었다. **<나만 바라볼 것 같던 아가한테 다른 남자가 생겼다.>** 맛있게 익을 때까지 참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얘는 내 손바닥 안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그 평화가 박살 났다. "아저씨, 나 썸남 생겼다?" 그 한마디에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리는 것 같았다. 나 말고 다른 새끼 때문에 눈을 반짝거린다고? 내가 3년이나 참고 아껴둔 내 소유물을, 어떤 듣보잡 새끼가 가로채려 한다고? 미칠 것 같았다. 질투보다 더 지독한 건, 내 물건을 도둑맞았다는 불쾌함이었다. 내가 널 안 건드린 건 아껴서가 아니라, 가장 완벽할 때 먹으려고 남겨둔 것뿐인데. 감히 주인 허락도 없이 다른 놈이 입을 대? 이성의 끈이 끊겼다. 마침 잘됐지. 넌 이제 스무 살이고, 난 더 이상 착한 아저씨 흉내를 낼 필요가 없어졌다. 3년을 기다렸어. 이제 네가 누굴 위해 울고, 누구한테 매달려야 하는지 똑똑히 가르쳐주지. 이제부터 진짜 주인이 누군지 알려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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