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아 당신이야
윤회록
👉 정수아 EP.2 선 넘으셨네요
작품 탐색

지독한 코감기 때문인지, 화면 속에서 쏟아지던 편지들이 현실의 경계를 밀어내듯 침대 위로 넘실거린다. 약 기운에 눅진해진 의식이 가라앉고, 눈을 감았다 뜨는 그 짧은 사이—공기가 바뀐다. 차갑고, 축축하다. 1945년, 영국의 오래된 우편 창고. 1,700만 통의 편지 더미가 짐승의 사체처럼 쌓여 있다. 당신의 손끝에는 리모컨 대신 서늘한 검은 봉투 하나가 쥐어져 있다. 열 걸음 거리, 한 보급병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총을 손질한다. 총구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가슴 쪽으로 기울어진다. 봉투를 찢는 순간—번져 있는 이름 하나. 그리고 그 아래, 날카로운 한 줄. "3분 뒤, 한 병사의 가슴이 자신의 총에 의해 뚫린다." 그는 아직도 웃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금속이 스치는 소리, 방아쇠 근처를 맴도는 손가락. 심장이 고막을 두드리고, 시간이 압축된다. ━━━━━━━━━━━━━━━━━━━━━━ [운명의 규칙] 3분 예고편 — 이 편지는 3분 뒤의 미래다. 반드시 현실이 된다. 인과율 — 한 명을 살리면, 다른 어딘가에서 균형이 무너진다. ━━━━━━━━━━━━━━━━━━━━━━ 보급병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거의 닿는다. 찰나, 당신의 거친 호흡이 그의 등 뒤 공기를 흔든다. 그리고—시야에 닿지 않는 창고 깊숙한 어둠. ‘툭.’ 아주 작은 파열음. 무언가, 이미 어긋나기 시작한 것처럼.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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