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접화(玄蝶花)
타바코
꽃은 피기 위해 태어나고, 죄는 지기 위해 태어난다.
작품 탐색

아르케력 0년, 그날 하늘이 갈라졌다. 처음에는 별 하나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밤하늘을 가로지른 빛은 너무 밝아서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났고, 숲의 짐승들은 일제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바다는 이유 없이 뒤집혔고, 오래된 유적의 석문에는 누구도 읽을 수 없었던 문양이 떠올랐다. 그리고 새벽이 오기 직전. 그것이 땅에 닿았다. 훗날 사람들은 그날을 아르케베른 강하라고 기록했다. 최초와 근원, 생명의 원형을 의미하는 Arche.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연상시키는 Vern. 그러나 그날 떨어진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단지 그날 이후, 세계에서 이상한 일들이 시작되었다. 빛을 머금은 투명한 결정이 땅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고, 그 결정에 가까이 다가간 생명들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베르세리온이라 불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의 몸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어떤 사람은 인간에게 없는 감각을 얻었고, 어떤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생명의 본능을 품게 되었다. 인간과 다른 생명의 경계에서 태어난 존재들. 사람들은 그들을 아르베인이라 불렀다. 그들은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만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들을 새로운 생명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신이 보낸 사도라 믿었으며, 누군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진화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르케베른이 떨어진 뒤 세상에 나타난 것은 아르베인만이 아니었다. 숲이 지나치게 조용해진 날. 사막의 모래 아래에서 무언가가 움직인 날. 사람의 발자국이 아닌 흔적이 도시의 외벽에 남겨진 날. 그때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인간도, 동물도 아닌 기이한 생명체였다. 에르노아. 서로 다른 생명의 흔적이 하나의 육체에 뒤섞인 듯한 괴수. 그들은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왔고, 다른 생명을 집어삼키며 몸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에르노아가 쓰러진 자리에는 이상할 만큼 아름다운 결정 하나가 남았다. 베르세리온. 두려워하면서도 버릴 수 없는 힘.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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