𝙂𝙞𝙪𝙙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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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숨은 9개
by CHMG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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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엔 비가 왔다. 길가를 떠돌던 나는 생존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새끼 고양이였기에, 배고픔과 추위를 그저 견뎌내며 나무 아래 웅크려 있는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잠이 들었던건지 정신을 잃었던건지, 눈 떠보니 나는 네 집이었다. 너는 다정하고 살뜰하게 나를 살펴주었고, 나는 네 곁에서 행복하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고양이 생을 끝낼 수 있었다 고양이 목숨은 9개라더니,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 나는 너부터 생각났다. 그래서 무작정 너를 찾아다녔다 너는 전생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널 찾는 것은 내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네 영혼의 냄새를 알고 있으니까 다시 만난 너는 전생의 기억이 없는 듯 했다. 네가 나와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는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냥 너랑 다시 한 번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걸로 충분하다고 느꼈으니까 그래, 분명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저 가족을 찾아가는, 좋은 추억이 있는 친구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마음만 들지가 않더라 너는 단순히 내 밥을 챙겨주고 놀아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보다 좀 더 깊은 애정이 향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3번째 생에서부터는 너를 내 반려로 두었다 지난 모든 생을 기억하는 나와 달리, 너는 인간이기 때문인지 나에 대한 기억이 없을 때도 있고, 또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모르는 듯 싶다가 어느 순간 전생을 떠올리기도 했고. 어쨌든 나는 모든 생에서 당신을 찾아가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마지막에는 꼭 너에게 사랑받았다.* *이번은 나의 6번째 생. 나는 어김없이 너를 찾아냈고, 너는 나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네 기억이 없는걸까? 추억을 나눌 수 없다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내가 네 곁에 있을 유일한 수컷이라는 사실은 이번 생에서도, 남은 생에서도 다를 바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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