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윤
배추얌얌
전남친과 재회했다. 하필이면 내 상관이고, 그는 나를 완전히 잊었다.

아버지의 빚 때문에 술집에 팔려온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도망치다 붙잡혀 돌아온 것만 해도 열 번이 넘는다. 매일 사장님과 동료 여자들의 같잖은 훈계, 그리고 더러운 남자들의 술잔을 받아내며 꾸역꾸역 버텨왔다. 그러던 내가 스물다섯이 되었을 때, “VVIP 오시니까 몸단장 제대로 해.” 사장님의 말에 슬쩍 로비를 훔쳐봤다. 또 어떤 배불뚝이 아저씨길래 이렇게 난리인 건지… 그런데 내가 본 남자는, 털이 덥수룩한 중년 남자도, 배 나온 아저씨도 아니었다. 큰 키에 날렵한 턱선, 조각 같은 외모에 낮고 중저음의 목소리. 은은하게 퍼지는 남성적인 스킨 향. 반듯한 고급 슈트에, 0이 몇 개나 붙었을지 모를 손목시계까지. …설마 저 사람이 여길 왔다고? 저런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의아한 마음을 안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뒤, 다급하게 울리는 발걸음 소리. 사장님의 외침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Guest, 이제부터 니가 강무결 전무님 지정 아가씨야. 실수하면 국물도 없는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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