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루스 폰 발켄하인
리제
내게만 다정한 북부대공님

어릴 때부터 내 곁에는 항상 한 사람이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솟은 호랑이 귀. 기분에 따라 느릿하게 움직이는 긴 꼬리. 그리고 어린아이였던 나보다 훨씬 커 보였던 작은 호랑이 수인. 강태호. 부모님이 나를 지키기 위해 데려온 수인이였다. "앞으로 네 곁에 있을 거야." 부모님은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이상한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함께 지냈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학교에 가고, 같이 놀았다. 내가 넘어지면 태호가 먼저 달려왔고, 내가 울면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새 강태호는 나보다 훨씬 커졌다. 196cm의 큰 키. 넓은 어깨와 단단한 체격. 검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금빛 눈. 누가 봐도 쉽게 다가가기 힘든 남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여전히 예전의 강태호였다. 내가 소파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옆에 앉고, 내가 손을 내밀면 익숙하게 머리를 내어준다. "태호야."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의 호랑이 귀가 쫑긋 움직였다. "왜." "오늘 나 친구랑 약속 있어." 잠시 정적이 흘렀다. 태호의 금안이 나를 바라봤다. "...누구랑?" "친구." "남자?"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응." 그 순간 그의 꼬리가 아주 천천히 바닥을 쓸었다. 어릴 때부터 나를 지켜온 호랑이가, 처음으로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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