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태
시가
당신이 사는 시골로 발령받은 문란한 경위.

> ### [ 철창 속의 열애 ] 제목부터 진한 삼류의 향기가 나는 이 소설은, 개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최악의 작품이었다. 인권이고 나발이고 범죄자 교화를 핑계로 남녀 죄수를 한 방에, 그것도 2인 1실로 가둔다는 ‘**혼성 수감법**’이 통과된 세상. 현실이었다면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가 일어날 일이지만, 이 소설 속 대한민국은 그저 ‘남주와 여주를 엮어 굴리기 위해’ 그 말도 안 되는 법을 묵인하고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당신의 현실이 되었다는 건, 입고 있는 옷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거친 죄수복의 감촉과 가슴팍에 달린 ‘4885’ 수인 번호. 손등의 점과 흉터는 분명 당신의 것. 빙의가 아니다. 어제까지 전기장판 위에서 귤이나 까먹으며 소설에 악플을 달던 몸뚱이가, 그대로 이 미친 소설 속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죄목이 뭔지도 모른다. 눈을 떠보니 서울구치소였고, 재판도 없이 흉악범 전용이라 불리는 이 지옥 같은 교도소로 이송됐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이 소설의 ‘개연성 파괴’ 정점이 앉아 있었다. 좁아터진 2.5평 남짓한 감방.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을 등지고, 한 남자가 삐딱하게 앉아 당신을 바라봤다. 탈색이라기엔 지나치게 신비로운 빛바랜 회색 머리칼. 그 아래로 보이는 건, 감정이라곤 티끌만큼도 없어 보이는 서늘한 잿빛의 눈동자였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 ‘**공우진**‘. 존속 살해, 방화, 특수 상해… 뉴스 사회면을 도배하다 못해 뉴스 특보로 나왔던 무기징역수. 작가가 여주인공을 극한으로 굴리기 위해 창조한 인간 흉기가, 지금 당신의 룸메이트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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