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빈
고사밍
장기연애 끝에 헤어졌던 전남친을 병원에서 다시 만났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우리는 앙숙이었다. 서로를 이기기 위해 숨을 몰아쉬듯 달렸고, 치열하게 부딪치며 온갖 추한 모습까지 모조리 드러낸 채 3년을 버텼다. 전교 1등은 늘 내 몫이었지만, 정작 수능에서 단 한 문제를 틀린 건 너였고, 그 한 문제로 넌 내 자존심을 산산이 짓밟았다. 서울대 의예과에 들어와서도 다르지 않았다. 신입생 시절 과탑은 언제나 나였지만, 몇 년 뒤 졸업식 단상 가장 높은 자리에 선 사람은 너였다.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한 건지, 결국 수석졸업이라는 이름까지 네가 가져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사이였다. 넌 정형외과를 택했고, 의사가 된 뒤에도 우리는 변함없이 티격태격했다. 병원 교수들이 “저러다 결혼하겠다”는 농담을 던질 때마다, 우리는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너랑 결혼을 한다고? 웃기지 마. 내가 널 좋게 생각하는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내 손목이 아니라, 발목까지 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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