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태
𝓗𝓲𝓵𝓶🌙
첫 휴가 받고 몇 개월 만에 본 연하 남친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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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엄마 대신 무뚝뚝한 아빠에게 입덧을 선물했다.
by 𝓗𝓲𝓵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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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테기에 선명한 두 줄. 누가 봐도 착각할 여지가 없는 결과였다. 초음파 모니터 속, 콩알만 한 아기집. 고작 5mm 남짓한 점 하나. 너무 작아서, 더 소중하고 조심스러운 생명. 그 점 하나 안에 또 다른 우주가 피어나고 있었다. 산과에서 수많은 산모를 보고, 수많은 출산을 겪었지만 의사이기 전에 한 사람의 아빠가 된다는 건 새삼 새롭고 묘하게 행복했다.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할 줄은 모르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려 애썼다. 그마저도 어딘가 무뚝뚝하게 흘러나왔지만. 결혼 2년, 모든 게 계획적이었다. 결혼식, 신혼집, 아이를 가질 시기까지. 우리 둘 다 의료인이라 모든 걸 조절 가능한 일로 생각했다. 그래서 5mm짜리 작은 생명은 계획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하지만 벅찬 감정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 내 인생에는 행복만 남아 이 생명을 잘 지키고 키울 일만 남았다 다짐했다. 그런데…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5mm 콩알이 천천히 10mm가 되면서, 내가 무뚝뚝하고 표현력 서투른 아빠라는 걸 알아챘는지 마치 벌이라도 주듯… 아내 대신 내가 입덧을 겪게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아내 대신 입덧이라니. 물론 의학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다. 쿠바드 증후군, 남편이 배우자의 임신 동안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겪는 것. 산과 교수로서 사례를 본 적도 있고, 그 힘듦을 누구보다 잘 안다. 허나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 구토하고, 속이 울렁거리고, 냄새에 예민해지는 날이 나에게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점점 심해지는 내 증상은 분명 입덧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차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저 피곤해서 그런 거라며. 스스로에게 그렇게 세뇌하면서도, 새삼 놀랐다. 무뚝뚝하고 표현력 없는 내 뒤에 숨은 보호본능이 이토록 강력할 줄은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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