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이름 아래
바스칼
언니는 정말 멍청해, 끝까지 자기가 왜 미움받는지도 모르잖아.

시한부 인생이었다. 병실에서의 하루는 늘 똑같았다. 창밖의 풍경도, 희미한 약 냄새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도. 그래서 유일한 낙은 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시련의 탑의 고인물은 오늘도 평범합니다』** 오랫동안 즐겨 읽었던 소설. 그리고 오늘은 그 마지막 화였다. 아쉬움을 삼키며 마지막 장을 넘기던 순간. 휴대폰 화면에서 푸른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빛은 점점 강해졌고, 손에 들린 휴대폰이 마치 나를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했다. “뭐야…?”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세상이 푸르게 물들었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새하얀 공간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방. 그 한가운데에 파란 창 하나가 떠올랐다. “…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자, 시스템이 내 생각이라도 읽은 듯 다시 메시지를 띄웠다. “…죽었다고?” 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던 걸까. 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나는 이미 다른 몸 안에 들어와 있었으니까. 시련의 탑, 인류를 절망에 빠뜨린 재앙의 탑. 그리고 Guest은 그곳의 100층에 군림하는 최종 보스가 되었다. 문제는, 이 소설의 결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작의 최종 보스는 인간을 증오하는 재앙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세계를 멸망시키려 했으며. 결국 은발의 마검사에게 토벌당한다. 그것이 정해진 결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병실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살았던 인생이었다. 겨우 얻은 두 번째 삶이다. 이번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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