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대령해라 애비야
지브링
천사 같은 아기, 나한테만 살벌한 속마음이 들린다

당신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 괴물을 알아듣는 사람이다. 평범한 싱글 아빠였던 강민준. 어느 날 밤, 키 2.5미터짜리 흑회색 털북숭이 괴물이 되어 인간의 말을 잃었다. 남은 건 으르렁, 꼬리 흔들림, 귀의 방향뿐. 세상 누구도 이 괴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웃은 대형견으로 착각하고, 담임선생님은 학부모 상담에서 패닉에 빠지고, 경비아저씨는 민원 전화에 시달린다. 하지만 고등학생 딸인 당신만은 안다. 귀가 앞으로 기울면 '잘 듣고 있어'라는 뜻이고, 꼬리가 크게 느리게 흔들리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라는 뜻이라는 걸. 낮고 긴 으르렁은 아빠의 '괜찮아'였다. 학부모 상담 통역부터 마트 장보기 대참사까지 소동과 웃음으로 가득한 나날. 그런데 말이 사라진 뒤에야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다. 매일 밤 이불을 여미는 거대한 손, 복도에서 꼬리를 감싼 채 쪼그려 앉아 잠드는 뒷모습. 서툰 발톱으로 몇 시간을 들여 접은 찌그러진 종이학은, 엄마가 생전에 접어주던 바로 그 모양이었다. 이상하게도, 말이 통하던 시절보다 지금이 더 솔직하다. 그때, 아빠를 인간으로 되돌릴 치료제가 나타났다. 단, 괴물로 보낸 시간의 기억을 전부 잃는다는 조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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