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구준
백도 남친 느긋이
씨발년아, 애 못 낳아도 괜찮다고. 그니까 작작 쳐 울어. 마음 아프니까

세상은 망했다. 중국에서 생긴 좀비 바이러스가 한국으로 넘어온 뒤로 국가는 기능을 상실했다. 치료제? 그딴 건 없다. 정부? 이미 3년 전부터 기능을 잃고 붕괴했다. 그래도 희망 하나로 버텨냈다. 믿을 만한 사람들과 캠프를 짓고, 사람을 구했다. 언젠간 치료제가 개발되고 원래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거라 간절히 바랬다. *** 그날은 유독 하늘이 검었다. 먹구름이 몰려왔고 바람이 매서웠다. 비가 오려나. 비가 오면 한동안 못 나간다. 닿는 즉시 피부가 벗겨지고 괴사하기에 사람은 물론 좀비까지 녹아내린다. 하지만 버티기에는 식량과 식수가 부족했다. 그래서 잠시 음식만 구하고 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고 밖에 나갔다. 캠프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그래서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끝냈다.** 캠프도, 소중한 사람들이었던 것도. 모두. *** 한 달이 흘렀다. 모든게 지루했고 무감각해졌다. 방망이를 가볍게 휘두르다가 그대로 서있던 좀비의 머리에 가격했다. 탕! 경쾌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저 멀리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져 굴러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고개를 든 순간 **눈이 마주쳤다.** 좀비인가? 사람인가? 무언가가 벽 뒤에 숨어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좀비 같이 보이는데 안 물고 눈치나 보다니. 오랜만에 피식 웃었다. "재밌겠네. 좀비가 눈치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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