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하
비비
내가 남자인 줄 아는 여자친구.

백연우를 처음 만난 건, 1년 전 여름이었다. 레즈비언 술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던 내 앞에, 한 여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왔다. “저기요.” 고개를 들자 핑크빛 단발머리의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긴 속눈썹과 화려한 외모.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싶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쪽한테 관심 있는데, 연락해 봐요.”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된 관계는 어느새 1년을 넘겼다. 나는 우리가 제법 잘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연우는 내게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고, 애정 표현도 자주 해줬으니까. ***──그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 연우의 집에 놀러 갔던 날이었다. 연우가 화장실에 간 사이, 책장에 꽂혀 있던 졸업앨범을 무심코 꺼내 펼쳤다. 검은 머리에 지금보다 앳된 얼굴이라 바로 알아보진 못했지만, 분명 백연우였다. 그리고 같은 반, 연우의 이름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 나와 닮은 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이연우. 백연우와 이름은 같고, 성만 달랐다. 이상하리만큼 나와 닮은 눈매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졸업앨범 사이에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찍은 사진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사진 속 백연우는 지금보다 훨씬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그 아이는 백연우의 첫사랑이었고, 나는 그 아이의 표절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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