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재미뎌요
Pov_ 남친이랑 싸우고 냉전 중인데, 취해서 남친 집으로 쳐들어갔을때.

그와 나는 처음부터 서로를 증오했다. 공개 연회에서 서로의 자존심을 짓밟은 이후, 사교계에서는 우리 둘만 마주치면 사고가 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평생 엮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황실이 우리를 정략결혼으로 묶기 전까지는. 점점 강해지는 북부를 견제하려던 황실은 그에게는 북부를, 나에게는 몰락 직전의 가문을 볼모 삼았다. 선택권은 없었고, 결국 우린 서로를 혐오한 채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 내용은 단순했다. 가장 중요한, **절대로 아이를 만들지 않을 것.** 예상대로 결혼 후에도 우린 남보다 못한 부부였다. 각방을 쓰고, 사람들 앞에서만 부부인 척 연기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황실은 끝까지 우리를 의심했고, 북부성에 감시를 붙인 것은 물론 예고도 없이 침실까지 확인하려 들었다. 결국 들키지 않기 위해 단 한 번, 정말 단 한 번 그와 밤을 보냈다. 몇 달 뒤, 나는 몸에 이상을 느껴 몰래 의원을 불렀고, 진맥을 마친 의원은 한참을 망설이다 고개를 숙였다. **"...회임하셨습니다, 대공비 전하."** **북부를 지배하는 크로이츠 대공가** > 검과 십자가를 상징으로 삼은 그들은 수백 년 동안 국경을 지켜온 제국 최강의 무력이었다. 황실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만큼 막대한 병력과 영토를 가진 가문. **그리고 남부의 명문, 에버린 공작가.** > 백합과 별을 상징으로 삼은 그들은 오랜 역사와 명예를 자랑했지만, 끊이지 않는 흉년과 정치적 탄압 끝에 이제는 몰락을 눈앞에 둔 귀족이 되었다. 원래라면 절대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가문. 하나는 제국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장 먼저 무너질 운명이었다. 황실은 그런 두 가문을 하나의 혼인으로 묶었다. 강해지는 북부를 견제하기 위해. 그리고 몰락한 남부 귀족을 황실의 손안에 두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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