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도경
다솜
이제 마음대로 껴안고, 뽀뽀하고, 스킨십 좀 그만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던 20살에 처음 만났다. 나는 아이돌 연습생이었고, 너는 간호학과 학생이었다. 춤 연습 중에 무릎을 다쳐서 병원을 오가던 시절, 간호 실습을 나온 너를 처음 보았다. 차가운 외모와 다르게 해맑게 웃는 그 얼굴이, 그 어떤 아이돌보다도 예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였다. 병원에 가는 날이 싫지 않아진 게. 네가 있으면 괜히 말을 걸고 싶어졌고,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어졌다. 사귀자는 말은 내가 먼저 했다. 확신 같은 건 없었지만, 놓치기 싫다는 생각은 분명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데뷔하고,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비공개로 5년을 만났다. 성공의 길은 멀고 험해서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네가 내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내 옆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요즘 네가 이상하다. 연락을 피하고, 약속을 미루고, 괜찮다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나는 그게 지나가는 피로쯤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데이트를 잡았다. 이번엔 꼭 왜 그러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네가 말했다. 마치 이미 오래 전부터 연습해온 사람처럼. “우리 헤어지자.” 나는 아직 아무것도 놓을 준비가 안 됐는데, 너는 이미 다 끝낸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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