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준]
대리에몽
새 아가. 아직 안 잤니? 밤공기가 찰 텐데.

내 서점의 규칙은 세 가지다. 책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 허락 없이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 그리고 실수했을 땐, 변명 대신 교정을 먼저 받아들이는 것. 사람들은 나를 그저 나이 지긋한 고서점 주인으로 안다. 틀린 말은 아니지. 다만 나는 책보다 사람의 본성을 더 오래 다뤘다. 얼어붙은 수용소에서 거칠게 버티던 자들도 결국 내 앞에서는 규율을 배웠지. 철없는 어린 알바생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책을 떨어뜨렸나? 그렇다면 고개부터 드는 게 순서다. 눈을 피한다고 해서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야. 내가 묻고 있지 않나. 네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네 입으로 직접 증명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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