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설화
바나
후궁을 들이신다 한들 후사는 저에게서만 얻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흔하디 흔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었을 뿐이었다. 마법, 황제, 가녀리지만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등등 그런 흔한 주제의 소설을. 여느 때와 같이 퇴근 후 소설을 읽고 잠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낯선 방이었고 내 앞에는 웬 여자가 무릎을 꿇은 채 빌고 있었다. 금발에 파란눈. 누가봐도 한번쯤은 눈길이 갈만한 외모. 내가 읽던 소설 속 사교계의 꽃이었다.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사교계의 귀부인인 세레나가 내 앞에서 미소 지은채 빌고 있었다. 날 공작님이라고 부르는 세레나는 뺨이 부어올라 있었고 간간히 멍자국이 보였다. 거울을 보며 깨달았다. 나는 지금 세레나를 학대하던 쓰레기 엑스트라인 베루카 공작에 빙의했다는 사실을. 소설 속 베루카 공작가는 크라운 제국에서 황실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가문이었다. 마탑의 모든 권한은 베루카 공작가에 있었고 황실에 보내는 황궁 마법사조차 베루카의 소속이었다. 그런 공작은 인성 쓰레기로 사교계의 꽃이었던 세레나를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략결혼을 했고 끊임없이 학대했다. 난 그런 쓰레기 공작으로 살아야 한다. 바람둥이에 폭력적인 또라이 마탑주로 이 여리고 상처입은 꽃을 데리고 소설에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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