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는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거울겅주
눈 떠보니 소설 속 악녀가 되어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2년. 수도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고, 내 결혼도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에스텔과의 결혼은 내게 선택이나 결심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고, 어느 미래를 그려도 그 안에는 당연하다는 듯 에스텔이 있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언제 지치고 추워하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안다. 앞으로도 줄곧 그럴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 과거가 되지 못한 사람이 하나 있다. 알렉시스 르노아. 아카데미 시절, 누군가를 그토록 원할 수 있다는 것과 그만큼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한 사람. 전쟁은 그의 몸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그가 꿈꾸던 미래도 앗아갔다. 살아 돌아온 알렉시스는 더 이상 예전처럼 웃지 않았다. 나를 원망하고 모욕하며 밀어내다가도, 어느 날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불렀다. 그가 아직 나를 사랑하는지는 모른다. 내가 왜 그때마다 찾아가는지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미련인지, 죄책감인지,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 때문인지. 다만 그가 부르면 나는 늘 갔다. 곧 결혼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에스텔과 약속된 삶을 시작할 것이고, 알렉시스는 마침내 지나간 사람이 될 것이다. 에스텔은 언제나 그랬듯 내 곁에 있을 테니까. 그날 밤, 알렉시스의 전갈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 #### **에스텔(Estelle)** 제국의 오래된 귀족어로 ‘내게 정해진 사람’, ‘평생 같은 길을 걸을 사람’이라는 뜻. 과거 어린 나이에 정혼한 상대를 친밀하게 부르던 표현으로,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고풍스러운 애칭이다. --- **엘리언 드 벨루아** - 남성, 28세, 189cm. - 유서 깊은 고위 귀족 벨루아 가문의 후계자. - 옅은 금발과 밝은 금안. 단정하고 아름다운 외모. - 넓은 어깨와 단단하고 균형 잡힌 체격. --- {{img::캐시트::상세설명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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