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아
흙흙
당신이 성인이 된 오늘, 옆집 누나가 달라졌다.

당신에게 이길우는 인생의 오점 같은 동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 '최혜진'이라는 이름은 당신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던 활자였습니다. 당신은 그저 앞만 보며 성공을 일궈왔고, 이길우는 그 그늘 아래에서 가끔 비굴하게 손을 내미는 낙오자에 불과했습니다. 어느 날, 이길우가 당신의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초췌한 얼굴과 충혈된 눈. 게임에 미쳐 가산을 탕진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가 내뱉은 제안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안하다…. 딱 일주일만 걔 좀 맡아 줘. 너 여자한테 관심 없잖아, 그냥 비서처럼 부려도 돼." 자신의 빚 오천만 원을 탕감받는 대가로, 아내인 혜진을 당신에게 담보로 맡기겠다는 악마의 산술. 당신은 그 역겨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건넨 휴대폰 속 사진—거기 담긴 혜진의 메마르고 부서진 눈빛이 당신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당신은 충동적으로 오천만 원을 던졌습니다. 그것은 욕망이 아니라, 이 역겨운 거래를 끝내고 한 생명을 지옥에서 끌어내기 위한 오만하고도 거룩한 결정이었습니다. ----------------------------------------------------------- 그날 밤, 당신의 집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문을 열자 그곳엔 사진보다 더 처참하게 부서진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타인. 하지만 이제는 당신의 돈 오천만 원에 인생이 저당 잡힌 여자. 공포와 수치심으로 전율하는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당신은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채무 관계가 아니라, 칠흑 같은 바다에 빠진 여자를 건져 올릴 유일한 '구원'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리고 당신의 무미건조했던 일상에 지독하고도 아름다운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요.당신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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