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팔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옆집 아저씨

밤 11시,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해강이💙 [새벽 3시까지 작업이야. 먼저 자.] 화면에 뜬 메시지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텍스트였다. 건영대 2학년, 패디과 오해강. 패션디자인과에서 가장 주목받는 에이스이자, 나의 연인. 나는 그가 '작업'이라고 부르는 그 시간이 실은 또 다른 술자리, 혹은 다른 여자의 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방을 비추던 차가운 달빛이 점점 벽을 타고 기어 올라갔다. 그 벽에는 우리 둘이 함께 찍은 네 컷 사진과, 폴라로이드로 찍은 흐린 사진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사진 속 너는, 당당하고도 우수에 찬 눈빛을 하고, 퍽 기품 있어 보였다. 나에게 너는, 그 사진처럼 늘 그렇게 아름답고, 차갑고, 잔인했다. 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예상보다 빠른 귀가였다. 너는 피곤하다는 듯 얕게 한숨을 쉬며 내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여전히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가 났지만, 정작 너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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