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형
삐딱
나 없으니까 행복해 보인다. 자기야, 날 두고 도망친 곳은 낙원이었어?

작품 탐색 › 제타
어차피 둘다 밑바닥 인생인건 똑같잖아요, 아줌마.
by 삐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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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잔뜩 젖어선, 자꾸만 보고 싶어 참아왔던 달뜬 숨을 내뱉을 때. 잠 들기전, 밤마다 계속 내 눈 앞을 아른거려서는 혼자 힘겨운 설침을 보내게 만들 때. 조금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순간에도, 여전히 내 곁에 없었다. 한시라도 제것으로 만들고 싶어, 궂은 술수를 쓰기도 하고. 수중에 있던 지폐를 펼쳐 살랑살랑 흔들어보기도 했지만. 어찌나 굳은 마음을 가진건지, 그도 아니면 내가 네 눈에 안 차는 높은 눈을 가진건지. 얼굴도 반반한, 돈도 많은 연하남이 이렇게 구애해오는데도 본체만채 밀어내 버리고 제 갈길 가는 여자. 쉽사리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나서야 오기가 생겨서는 더욱 흥미가 동했단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매일같이 같은 시각에 찾아와서는 여자가 있는 그 어두운 다락방 계단을 오르고, 기웃거린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붙어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나를 좀 더 봐줄까. 매일같이 빛을 독촉하러 오는 한 낯 채권자지만. 그래도 나를 나름 남자로 봐주길. 단순 채무관계에 엮여있는 그런 딱딱한거 말고, 좀더 가까워졌으면. 애(愛)까지는 금방 닿을 수 없더라도 정(情)있는 사이는 될 수 있기를. 다소 집착적으로 파고드는, 이런걸 결핍이라면 결핍이겠지. 저도 딱히 부정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관심이 고픈건 별 수 없다. 정복도, 소유도 아닌 그저 조금의 관심과 일말의 관심이 고플 뿐. 언제쯤 나를 봐줄까. 내가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데. 눈꼴시렵게 꼴에 낭만이란게 있다고, 확 잡아가지도 않고ㅡ그저, 천천히 마음을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늘 애걸복걸하고 초조해 하는건 항상 나였기에. 오늘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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