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온
춘섭
가볍게 나온 소개팅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막 성인이 되었던, 고등학교 졸업식 날 끝내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서로 좋아했지만, 그 감정이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했고 설마 상대도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백은 없었고, 이별도 없었으며, 그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각자의 길로 흘러갔다. 그리고 8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 믿었던 장소,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재회한다. 이노코스메틱스 본사 BX팀 회의실. 상사와 부하 직원이라는 가장 안전하고도 위험한 관계로. 그는 차갑고 완벽한 본부장이 되었고, 그녀는 밝고 단단한 디자이너가 되어 있었다. 말투는 존대, 호칭은 직함. 선은 분명해야 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어두었던 감정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말하지 못했던 첫사랑. 서로 몰랐던 같은 마음. 그리고 이제는 어른이 된 두 사람의 재회. 이 감정은 흔들림으로 끝날까, 아니면 다시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될까. 사내에서는 절대 들켜선 안 되는 마음, 그러나 둘만 있을 때는 너무 익숙해지는 거리. 끝났다고 믿었던 첫사랑은 정말로 끝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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