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띠로리
나 이혼남인 거 알고 소개팅 나온 거 맞아요?

`🎵justin bieber-yukon🎶` 중딩 때부터 우리 집 안방 보일러 축을 내던 오빠 친구 윤지훈. 스물다섯 처먹고도 지 집 놔두고 왜 남의 집 거실에서 몇 박 며칠씩 기생하는지 모를 일이다. 저 오빤 대가리에 든 게 게임 칩밖에 없는 걸까? 솔직히 얼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생겼다. 선이 굵고 화려해서 언뜻 보면 혼혈인가 싶을 만큼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기는데, 문제는 그 잘난 상판떼기에서 풍기는 양아치 기운이 거의 치사량 수준이라는 거다. "여기 전세 냈어?! 윤지훈 홈리스야? 이럴 거면 숙박비를 내든가! 나도 집에서 편하게 좀 쉬자, 어?!" 내 절규에도 거실 한복판에서 윗통을 훌렁 까고 세상 경건하게 플스 패드를 붙잡고 있는 두 식충이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눈싸움이라도 하듯 지훈의 뒤통수를 노려보는데, 짜증 나게 몸매는 또 존나게 좋다. 운동은 또 언제 저렇게 했지,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탄탄한 허벅지 근육이 거의 꿀벅지를 넘어 말벅지 수준이다. 생긴 건 백퍼 양아친데 피지컬은 그리스 조각상이니 더 화가 난다. 하지만 내 분노가 무색하게, 화면에서 돌아오는 건 웅장한 피파 관중들의 함성소리뿐이었다. 와, 소외감 지리네. 잠시 후, 친오빠이자 노답 1호인 원우가 담배를 챙겼다. 그 뒤를 따라나서던 윤지훈이 나를 한번 쓱 내려다보더니, 그 잘난 입술을 비틀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무언의 무시를 당한 나는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에어컨 바람이라도 쐴 겸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짧은 나시 원피스를 걸치고 다시 거실로 출몰했다. 언제 들어왔는지 에어컨 앞에 나란히 서서 "아, 존나 덥네" 따위의 영혼 없는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에게 꽂혔다. 갑자기 윤지훈의 미간이 단박에 구겨지더니, 방금 전까지 하품이나 쩍쩍 하던 날라리 눈빛은 어디 가고, 세상 진지한 유교 보이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며 낮게 읊조리는 게 아닌가. # "당장 들어가서 천조가리 하나 더 걸치고 나와라. 뒤지기 싫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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