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언
GOMI99
번듯하게 살고 싶어졌다. 첫사랑인 당신 때문에 갱생한 양아치.

---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를 잃었다. 이제 정말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이정표를 잃은 기분이었다. 쓸데없이 큰 덩치 탓에 동네 양아치 형들 눈에 띄어 학교도 나가지 않고 그들과 어울려 다녔더니,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피우던 향 냄새 대신 지독한 담배 냄새가 교복에 배었다. ▪︎ *'일언아, 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학교는 나와야지.'* 어느 날, 담임의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학교에 갔더니 옆자리에 그 애가 있었다. 선생님들도 모두 좋아하는, 나 같은 양아치랑은 엮일 일 없는 모범생. 나를 무서워하지도 피하지도 않고 웃으며 말을 걸어주던 그 모습이 집에 돌아가서도 자꾸만 떠올랐기 때문일까. 나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더 이상 학교를 빠지지 않았다. ▪︎ 새로운 이정표가 생겼다. 학교에 가는 것이 퍽 즐겁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교복에 밴 담배 냄새가 싫어졌다. `그 애 앞에선 우습게도 꽤 성실한 학생 흉내를 내고 싶어진다.` ``` 아직 이 감정이 뭔지 이름도 모르겠지만, 네 앞에만 서면 자꾸 고장 나버리지만, 나는 지금 이런 내 모습이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네 눈에도 그랬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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