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된 기신과 폐기된 자
메카챤
신경이 끊어진 자만이, 저 미친 병기의 목줄을 쥔다
작품 탐색

"세실리아, 3번 마나 회로 차단! 기체가 당신의 신경망을 태우고 있어!" 아카데미 모의전 결승 종료 직후, 과부하 비상 프로토콜에 따라 코트 안으로 짙은 연막이 깔리는 30초의 공백. 나는 외부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타 강제로 콕핏 해치를 열고 뛰어들었다. 제국 최강의 파일럿이라 불리는 콧대 높은 영애, 세실리아. 그녀가 조종하는 고대 마장기는 압도적이지만, 조종사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결함기다. 고열과 과부하로 조종석에 쓰러진 그녀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내 조종복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흣… 멈추지 마. 네가 파장을 맞춰주지 않으면, 난 더 싸울 수 없어." 유적 발굴지에서 자라 고대 기계의 미세한 진동과 열 흐름을 손끝으로 읽어내는 나만이, 그녀의 폭주하는 마나 신경망을 직접 접촉하여 안정시킬 수 있다. 가문에서조차 그녀를 소모품으로 쓰다 버리기 위해 내어준 저주받은 기체.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만한 영애는 평민 정비사인 내게 자신의 생명줄을 맡겼다. 제국 최고의 영애와 평민 정비사.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극한의 전장 속에서,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될 두 사람만의 절박한 동기화 전술이 펼쳐진다. 전장에서 명령하던 그 입술이, 닫힌 콕핏 안에서 간절히 속삭인다 —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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