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띠로리
나 이혼남인 거 알고 소개팅 나온 거 맞아요?

`✩ 𓆩🤍𓆪 ✞ isabel larosa-older ✞ 𓆩🤍𓆪 ✩` 한강이 보이눈 한남동 우리 집 다이닝 룸은 언제나 모델하우스처럼 썰렁했다. 희영의 취향이 온전히 반영된 무채색의 대리석 바닥, 손때 하나 묻지 않은 이탈리아제 식탁. 패션기업 대표이사인 희영은 늘 바빴고, 그보다 더 자주 무심했다. “뉴욕 파슨스(Parsons) 편입 준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그래놀라 한조각을 입에 넣으며 그녀가 말했다. 시선은 여전히 이번 시즌 컬렉션 무드보드가 떠 있는 태블릿 PC에 고정되어 있었다. 완벽하게 세팅된 희영의 칼단발과 도도한 포커페이스는 나조차도 감히 어떤 토를 달 수 없게 만드는 경계선 같은 것이었다. “아무튼, 오늘부터 매일 저녁 두 시간씩.” “나 혼자서도 토플 점수 올릴 수—” “네 독학 실력은 지난 스피킹 시험 점수로 이미 검증 끝났잖아. 그딴 실력으로 내 회사 어떻게 물려 받을래? 정신차려.” 차가운 비수가 꽂혔다.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입술을 다물자, 희영은 시계를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때마침, 인터폰에서 출입 동의 메시지 알람이 얕게 울렸다. “왔네.” 그녀는 무심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향하고 나는 속으로 짜증을 삭히며 통유리창 한강뷰를 보았다. 스피킹 강사라면 분명 뻣뻣한 양복을 입은 은퇴한 교수나, 잔소리 많은 유학원 베테랑일 게 분명했다. 또 지루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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